일상 이야기

일주일 보고서....

김씨줌마 2007. 1. 19. 20:21

내 집 주방도 버벅거리면서 넘의 주방을  겁없이 선뜻 넘겨받아 버벅거리기

일주일.......작은냄비에 내 팔길이만한 손잡이가 달린 국자를 다루는것도

쉽지않아 국자를 씻으며 옆구리 찔리기....옷자락 달려가 늘리기를 여러번...

이제..이 국자와도 제법 친해졌고....

집에서 쓰는 몇배 크기의 국 들통도 이제 익숙해져 다루기 수월해졌다...

 

첫 월요일....

9시30분에 출근해서 3시 30분에 퇴근하는 시간까지 앉을세없이 ..움직임을

쉬지안코하다보니...이도 쉽지않아 집에 돌아와서는 말할기운도 없고...

말하고 싶지도않아.....나도 모르게 지쳐 떨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주방에서 첫날부터 육계장과 두부조림, 콩나물무침이었다..

무엇부터 해야할지 허둥대며....밥 솥 세개에 각각의 분량으로 쌀을 씻고...

국을 끓이고 조림을하고 무침을 했다....

간을 어찌했는지 ....맛이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 생각도 안 나고....무조건..

시간을 맞춰야한다는 압박감에 손은 허둥대고 마음은 둥당둥당 거렸다....

 

국을 끓이며 생각없이 고춧가루를 넣었다가....아차...애기들이 먹을건데...

뒤늦게 덜어내긴 했지만...국물이 뻘겋게 되었다....

두부 6모를 부친다는게 이러케 버겁게 느껴질줄이야....

두부 썰어 팬에 한번익혀 냄비에 양념뿌려가며 졸이고....그래도 쉬운

콩나물 마무리  하고 .....각 반별로 상을 들여보내고 나니....

조리도구 설겆이가 한 가득이다....

 

커다란 도구들이 익숙지않아 옆구리 몇번 찔려가며 앞치마 다 적셔가며

설겆이하고 나니....반별로 식판이 돌아오고 있었다....

아이들이  하나씩 들고오며 말한다....

국은 맵구요....두부는 짯어요~......

에구~....너무 미안했다.....그랬니....선생님이 첨이라 그랬어...

낼은 안 맵게 해줄께~..했더니....네~하며 까불거리며 간다...

여기서도 남자와 여자의 차이가 나타나는지....

남자녀석들은 어색하게 서서 얘기하는데... 여자 아이들은 새로온 선생이라며

살짝 안아보기도하고...만져보기도 한다...

 

둘쨋날 화요일....

피곤은 하지만 두번째라고 주방이 조금 익숙해져 속도도 좀 나고

마음에 부담도 적어졌다 했더니.....실수를 했다...

제 시간에 맞춰서 식사가 나갔는데....세 반중 두 개의 반 선생님들이

밥솥을 들고 뛰어오신다....

밥이 안 됬어요~...각 반의 담당 선생님들은 내가 밥솥의 코드를 꼽은 줄

알고 확인을 안 하셨고(첫날은 선생님들이 나를 배려하느라 코드를 꼽아서

늘 그런줄 알았다..) 난...선생님이 하겠지 하고 그냥 통에 밥솥을 넣고

올라와버렸다..나머지  한 반은 주방에서 하기 때문에 내가 코드를

꼽았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다....

두반이 5세, 6세반이라 7세반 아이들을 조금 늦게 먹이기로 하고 7세반 밥을

나머지 두반에 넘기고 까스불에 밥을 하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7세반 선생님이 아이들한테.....형아들이니까 조금 늦게 먹어도 되지 하니까..

큰소리로 네~~하는데....참으로 미안했다....

 

셋쨋날 수요일....

몸이 솜이 물 먹은듯 얼굴과 손은 통통 붓고...피곤했지만...

일하는 요령도 생기고....양 조절도 어느정도 생겨 남기는 음식도 줄고....

넷쨋날...목요일이 되니 주방의 위치와 도구들도 눈에 들어오고....

허둥대는 것도 줄었다....

아이들이 오늘은 국이 맛있었어요.....오늘은 진짜 맛있어서 다 먹었어요....

라고 말해줄때는 너무너무 고맙고...피곤도 사라지는것 같았다....

 

다섯쨋날 금요일....

하늘이 도움을 주시는지....오늘은 아이들이 눈썰매장 가는 날이라 쉰다...

금욜과 토요일 연달이 쉬면서 나의 볼일도 보면서 쉬고 나면....

다음주 부터는 조금 더 여유로운 시간들이 될것 같다....

 

많은 분량을  짧은시간에 맛있게 한다는것이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들하고 지내다보니 색다른 즐거움이 있고.....내 아이가  자라면서

잊었던...순수한  기쁨을 다시 맛보는것 같아 ....피곤은 하지만...

조리선생이라는 이 자리가 즐거워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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